2009년 9월 27일 일요일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

울다 웃으면 똥구멍에 털이 난다고 하는데 반대로 웃다 울어도 똥구멍에 털이 날까 정말 궁금하다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에서 그 정답을 찾을 수 있다. 내 똥구멍에 털이 있는지는 서평을 끝내고 스스로 밝히기로 하겠다...부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은 정신을 쏙~ 빼버릴 정도의 빠른 비트의  경쾌한 노래로 시작해서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 슬픈 노래로 끝나는 작품이다. 독자로 하여금 하하하~ 웃게 만들었다가 엉엉엉~ 울게 만드는 박민규 작가의 롤로코스터같은 구성이 마음에 든다.  

 

1982년 3월 27일 한국 프로야구 플레이볼 출처 : 디지털 뉴스 아카이브(http://dna.naver.com)

 

나 자신은 야구를 좋아하지 않지만  OB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MBC 청룡, 해태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트 정도는 별 어려움 없이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삼미 슈퍼스타즈는 그런 팀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 머릿속에는 삼미 슈퍼스타즈에 대한 조그만한 흔적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통해서  존재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박민규 작가가 말했듯이 항상 일등만이 기억되고 역사에 기록되는 험난한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서 늘 꼴지만 했던 삼미슈퍼스타즈는 우리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꼴지라는 오명만을 남기고 야구 역사의 수면 밑으로 쓸쓸히 사라졌던 팀이 박민규 작가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통해서 재탄생하게 되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전반부는 재미로 똘똘 뭉쳐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만들어낸 기록들 도 재미있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기록들이 만들어질 때마다 주인공 팬 클럽 회원들의 실망과 좌절을 표현 하는 방식이 약간은 과장되고 장난스럽게 툭툭~ 내뱉는 말투(구어체)와 행동이 마치 우스꽝스러운 코미디 프로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박민규 작가 특유의 독특한 문체로  문장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것이 그 상황에 그런 비유가 맞는지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독자의 집중력을 진공 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내가 느끼는 중요한 재미의 코드는 동질성에 있다고 본다. 프로 야구팀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팀과 그 들이 만들어낸 전무후무한 기록들이 박민규 작가의 머리에서 나온 허구가 아니라 바로 몇 십년전에 실존했던 팀이며 공식적인 기록이란 점이다. 야구 역사를 통틀어 제일 형편없었던 삼미 슈퍼스타즈를 소설의 모티브로 삼은 것은 80년대를 살았던 독자들에겐 빛바랜 흑백 사진을 보는 듯한 추억과 그들과 같은 시공간을 공유했다는 연대감에서 오는 재미도 솔솔하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후반부는 슬픔 그 자체이다. 후반부의 슬픔을 이해하려면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인생 궤적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려고 초등학고,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은 친구들을 경쟁자삼아 발에 땀이 나도록 공부를 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좋은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코피 터지게 스펙을 만들었다. 회사에 입사를 했다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기 위해서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 밤을 새며 일을 했다. 결국 우리의 인생 궤적은 좋은 소속에 들어가기 위한 투쟁으로 점철되었다고 보아도 좋다. 우리가 좋다고 말하는 그런 소속은 희소생때문인지 늘 자리가 모자르다.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천명이지만 자리는 하나여서 늘 전쟁과도 같은 잔혹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그런 소속 쟁탈전에서 승리의 깃발을 잡는 사람은 단 한명 뿐이고 나머지 999명은 패배자가 된다. 언제부턴가 개인이 포함된 소속이 그 사람의 인격과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박민규는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결정하는 모든 일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던 아버지가 계셨기에 감사한 마음은 있지만 가끔은 정말로 박민규 작가의 말처럼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아도 돼"라고 나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지금은 달걀 한판을 넘긴 내 나이값때문에 치기 힘든 공도 잘 처볼라고 노력하고 있고 잡기 힘든 공도 잘 잡아 볼려고 노력중에 있다. 비록, 지금은 내가 좋은 소속에 포함되지 못하여 삼미 슈퍼스타즈와 다들 바 없지만 나를 응원해주고 믿는 사람들로 인해 즐겁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영원한 꼴지팀 삼미 슈퍼스타즈는 내게 더이상 부끄러워할 팀이 아니라 나의 쌍둥이 형제처럼 사랑스러운 팀인 것이다.

 

앞서 얘기했던 털에 대한 답을 말하고 서평을 마무리 해야겠다. 내 똥구멍에는 털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엉뎅이를 까서 일일이 확인해 볼 수 없어서 잘은 모르나 내 똥구멍엔  괄약근을 중심점으로 해서 반경 1cm 안에 분명 털이 기생하고 있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던 어린 시절에 울다 웃어서 생긴 털인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을 읽고 웃다 울어서 생긴 털인지 증명할 방법은 막역한다. 문득, 어른들의 우스개같은 말 장난에 지금까지 내가 속아 온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본 책을 읽고자 하는 미래 독자분들은 읽기 전에 똥구멍에 털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박민규식으로 마무리를 하자면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재미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대한 이야기할 수 있으나 , 달에서 귀환하는 닐 암스트롱의 심정으로 이쯤에서 서평을 끝맺기로 하겠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