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개개인의 관심사가 틀리고 취향이 상이해서 소설의 재미를 판가름하는 잣대는 없을 것이다. 순전히 내 기준에서 재미있는 소설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들이 가득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구태의연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하거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깔끔하고 정결한 문장으로 맛깔스럽게 표현하여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맞아! 나도 그런 생각했었는데’하며 동감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후자에 속한다.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나는 삶이 내게 별반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열두 살에 성장을 멈췄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열두 살짜리 소녀의 이야기가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력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소설 속에 나오는 심리적 묘사들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나도 저런 상황일 때 저런 마음과 생각을 했었는데라는 동감을 이끌어 낸 점과 너무나 일찍 철든 열 두살 소녀의 철없는 이모나 그 주위에 나오는 배경 인물들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이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마치 소설가가 만들어낸 픽션이 아니라 오래전 서랍 속에 깊숙이 숨겨놓은 일기장을 다시 꺼내어 읽는 기분이었다. 출간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고 최근에 출간되는 세련된 북커버의 책들에 비해 너무나 촌티나고 재미 없어보이는 북커버때문에 읽기를 여러차례 망설였는데 서평이 100건이 넘고 대부분이 칭찬 일색이어서 호기심으로 읽었는데 역시 후회없는 선택이었고 나처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주저하지 말고 퍼뜩~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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